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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비 / 이외수
    2017. 8. 14. 22:04

    봄날은 간다 / 이외수


    부끄러워라
    내가 쓰는 글들은
    아직 썩어 가는 세상의
    방부제가 되지 못하고
    내가 흘린 눈물은
    아직 고통받는 이들의
    진통제가 되지 못하네
    돌아보면 오십 평생
    파지만 가득하고
    아뿔사
    또 한 해
    어느 새 유채꽃 한 바지게 짊어지고

    저기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봄날이여

     

    가을비 / 이외수

    사랑하는 그대
    이제 우리 다시 만나면
    소중한 말은 하지 말고
    그거 먼 허공이나 바라보다
    헤어지기로 할까
    귀신도 하나 울고 가는
    저녁 어스름
    마른 풀잎 위로
    가을비가 내린다

     

    안개중독자/이외수

    사랑아
    그대가 떠나고
    세상의 모든 길들이 지워진다
    나는
    아직도 안개중독자로
    공지천을 떠돌고 있다
    흐리게 지워지는
    풍경 너머 어디쯤
    지난날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던
    우체국이 매몰되어 있을까
    길없는 허공에서 일어나
    길없는 허공에서 스러지는
    안개처럼
    그토록 아파한 나날들도
    손금 속에 각인되지 않은 채로
    소멸한다
    결국 춘천에서는
    방황만이 진실한 사랑의 고백이다


     

    비 / 이형기

     

    寂寞江山(적막 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머물 때

    저버린 일상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 자리

    타지 않는 日暮(일모).....

    텅 빈 내 꿈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正座(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 강산

    그저 이렇게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淸明(청명)과 不安(불안)

    期待(기대)와 虛無(허무)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린다

    아 이 적막 강산에 살고 싶어라

     

     

     

    귀로(歸路) / 이형기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았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 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벅찬

    숭엄(崇嚴)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든다.

     

     

    비 내리는 소리가 성기게 들립니다

    덥고, 힘들었던 이들의 마음에도 비가 내리면 좋겠습니다

     

    무르익는 가을의 거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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