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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가을 속으로/박정만
    2017. 8. 17. 21:24

    저 가을 속으로/박정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같은 울음을 이어 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가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속으로.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선선한 공기가 좋습니다

     

    가을로 가는 작은 오솔길 하나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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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