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최영장군 활터의 추억

농돌이 2017. 12. 2. 15:15

너에게 / 최승자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윈도 같은 창 너머로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

텅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 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 최승자

말하지 않아도 없는 것이 아니다

나무들 사이에 풀이 있듯

숲 사이에 오솔길이 있듯

중요한 것은

이었다

죽음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거꾸로도 참이었다는 것이다

원론과 원론 사이에서 야구방망이질 핑퐁질을 해대면서

중요한 것은 죽음도 삶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삶 뒤에 또 삶이 있다는 것이었다

죽음 뒤에 또 죽음이 있다는 것이었다. 

 

 

 

( 노적봉에서 악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눈이 내리고,,, 운해도 끼었던 날 )

 

12월 첫 휴일 용봉산을 다녀왔습니다

책상에 앉아 눈 내렸던 날의 추억을 꺼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