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기형도

농돌이 2015. 11. 22. 10:59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사랑을 떠나보낸 집은 집이 아니다. 빈집이고 빈 몸이고 빈 마음이다. 잠그는 방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문을 잠근다'는 것은, '내 사랑'으로 지칭되는 소중한 것들을 가둔다는 것이고 그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잠금이자 감금일 것이다. 정끝별 시인 해설 (펀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촌아저씨 유럽 여행(영국첫날)  (0) 2015.11.24
이른 새벽에 들른 팽목항!  (2) 2015.11.23
고창 선운사 녹차밭에서!!!  (0) 2015.11.21
가을 속에서 / 이정화  (0) 2015.11.11
가을 편지 / 이해인  (0) 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