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간월암에 가다

농돌이 2019. 9. 5. 20:53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써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者(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날씨가 시원해지는 비결은 없답니다

하지만,

마음이 시원해지는 비결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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