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전상순

농돌이 2019. 11. 21. 22:29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전상순

 

지진에도 강할 것 같은 대나무 길을

실안개 헤치고 한참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덧 가을의 끄트머리

 

감성을 먹고사는 가을의 신神이여,

올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왜 이리 서운할까요

 

붉게 타는 편지 한 통도,

가을비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려 보지도 못했는데

가을이 가려 하네요

 

통나무로 만든 멋스런 길도

가을도 타보지 못했는데

벌써 입동 준비 서둘러야 하니

 

더 깊은 곳으로 바삐 갈 걸음 멈추고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만남 없는 약속에 맨송한

옷장에 그대로 있을 옷가지 꺼내어

 

가족과 혹은 혼자서

눈과 눈썹 거리만큼

가까운 목석초화木石草花 어우러진 곳에라도 가서

햇무리 받아야겠어요

 

마음 구석구석 다 녹여

온몸 따스하다 전해 줄게요

잘한 일이라 전해 줄게요.

 

 

늦가을에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을 준비하지 않아도 좋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바라보면 참 좋습니다

 

지난 비로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움추린 마음으로 나섰던 하루를 정리합니다

 

붉게 타는 계절이 꿈으로 깊이 숨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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