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44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매년 오는 산이지만 느낌은 다릅니다 누구랑, 어느 시간에,,,, 오늘은 어머니가 감사합니다 사랑한다고 말씀주시는 어머니,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지는 저의 삶 입니다 마음속 가득 채우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2022.05.11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화려한 천상의 정원에 서 봅니다 커피처럼 향기로움은 없는 철쭉의 정원이지만, 참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하..

2022.05.07

5월은 아름답습니다 / 윤보영

5월은 아름답습니다 / 윤보영 5월은 아름답습니다 5월에는 꽃답게 핀 꽃이 아름답고 비 갠 하늘이 아름답고 목청열린 새소리가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고 내 생각이 아름답고 내 행동 조차 아름답습니다 5월이 아름다운 것은 장미꽃을 피우듯 내 안에 당신이 미소로 와있기 때문입니다 5월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모든 것을 다 아름답게 해주는 당신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감사할 것 많은 5월의 첫 날 입니다 조금은 어렵고, 투덜거릴 것이 있어도 행복하십시요

2022.05.01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사랑은 발바닥이다 / 박노해 머리는 너무 빨리 돌아가고 생각은 너무 쉽게 뒤바뀌고 마음은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사람은 자신의 발이 그리로 가면 머리도 가슴도 함께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발바닥이 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발바닥이 이어주는 대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 삶 또한 달라지리니 현장에 딛고 선 나의 발바닥 대지와 입맞춤하는 나의 발바닥 내 두 발에 찍힌 사랑의 입맞춤 그 영혼의 낙인이 바로 나이니 그리하여 우리 최후의 날 하늘은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리니 어디 너의 발바닥 사랑을 좀 보자꾸나 못쓸 것이 되어가는 삶에서 가을은 특별합니다 당장 의미가 있건 없건 멈추지도 못합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삶에서 더욱 멈출 수 없습니다 이런 날 말해준다면 두고두고 값을 겁니다

2021.10.25

황매산 꽃멀미

꽃 멀 미 / 이해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자 당신의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5월을 드립니다,오광수)

2021.05.10

가을이 참 좋다 / 김재덕

가을이 참 좋다 / 김재덕 갈바람이 열정을 식혀주고 코스모스 허수아비 덩실거리는 춤에 잎새의 가슴이 덩달아 붉어지려는 가을이 참 좋다 쪽빛 하늘이 황금 물결에 웃음 짓고 다람쥐 볼때기의 행복한 고민으로 또 다른 미래가 열릴 것 같은 가을이 참 좋다 아직은 녹음 짙은 산등성이에 옹기종기 모인 뭉게구름 수다가 솔깃한 태양이 사랑질하는 저녁놀의 가을이 참 좋다 오색으로 물들어 알콩달콩 속삭이다 황망을 안, 빈 가슴 바스락거릴지라도 뜨거웠던 만큼 하얀 세상을 동경하는 가을이 참 좋다. 새벽에 먼 길을 떠납니다 낙엽이 진 자작나무숲이 그리워졌습니다 홀가분하게 옷을 벗은 곳에서 저도 버리고 오겠습니다 가진것도, 지고 있는 것도, 가지려고 움켜진것도, 너무 무겁습니다

2020.11.12

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 나호열

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 나호열 거리의 끝에서 조등이 걸어온다 하나, 둘, 셋 가슴을 훤하게 비워두고 어둠한 밤길 태우는 종이 냄새 살아 있는 사람만이 울 수 있다 울면서 후르륵 라면을 먹고 울면서 담배를 태울 수 있다 죽음은 죽은 이의 것 왁자지껄한 이 세상의 안부가 자욱한 향불에 가려 가물거린다 어색한 조문객들이 서투르게 서로의 그늘진 얼굴을 숨긴채 무관심하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는다 울지 않는 나뭇잎을, 더 세계 밟으면서 저 언덕밑의 조등들, 하늘에 매달린 조등들을 점자로 읽어내고 있다 문장이 되지 않는 몇 줄의 바람을, 남루로 흔들리는 한 생애를, 가을은 누구에게나 금방 왔다가 떠납니다,,,, 이번 가을은 조금 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기를 소망합나디

2020.09.07

황매산 철쭉 엔딩

꽃과 나 / 이해인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주는 우리는 고운 친구. 꽃의 향기, 사람의 향기 /이해인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깁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마음 별마음/ 이해인 오래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 마음..

2019.05.16

산을 오르며 / 정연복

산을 오르며 / 정연복 우람한 산 앞에 서면 나의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 겸허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가끔은 교만이 고개를 치켜드는 아직도 많이 설익은 나의 인생살이를 산은 말없이 가르쳐 주지 높음과 깊음은 하나로 통한다는것 깊숙이 내려앉기 위해 가파르게 오르는 아름다운 삶의 길을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로 산은 말없이 내게 이야기 하지 조용히 눈을 감고,,,,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으며,,,, 마음을 열어 보는 곳,,,!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가도, 푸른 하늘은 귀뜸해주는 곳,,,! 가슴 아프고, 시려도 안아주는 곳,,,! 걷는 그림자가 동행이 되어준 곳, 황매산 꽃길.

2019.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