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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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삶 2023. 2. 5. 22:04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햇살마다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겠는가 아침저녁 해무가 젖은 눈빛으로 걸어오겠는가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고요가 풀잎마다 맺히고 벌레들이 저희끼리 통하는 말로 흙더미를 들추어 풍요하게 먹고 자라겠는가 길섶마다 돌들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바람을 따라 일어서겠는가 발뒤꿈치를 들어 나는 그저 어린 날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 보는 길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눈이 여름이 되어도 내려올 생각 없이 까치처럼 흰 눈을 머리에 쓴 채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이 길 설산으로 향한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저녁 노을 앞에서 문득 문정희 시인의 가을 우체국이란 시간 떠올랐다 ---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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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새벽에 눈 뜬 자만이 볼 수 있다산 2022. 6. 21. 07:49
새벽은 새벽에 눈 뜬 자만이 볼 수 있다 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벽이 오리라는 것은 알아도 눈을 뜨지 않으면 여전히 깊은 밤중일 뿐입니다. 가고 오는 것의 이치를 알아도 작은 것에 연연해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여전히 미망 속을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활용할 준비를 해야 됩니다. 우리는 '끝없는 사랑과 창조' 라는 우주의 섭리에 의해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 탄생을 위해 공기, 풀, 나무, 햇빛, 바람 등 수 많은 생명이 동참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수 많은 생명이 우리의 성장을 위해 동참할 것입니다. 우리 또한 그렇게 사랑하고 창조하다 가야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헌신할 만한 삶의 목적이나 대상을 발견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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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기만 하세요삶 2022. 6. 5. 17:38
그냥 걷기만 하세요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 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번 천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취도 마음 쓰지 말고 가세요.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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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용봉산에서 만나다산 2022. 5. 31. 00:33
0, 산행경로 : 구룡대주차장-병풍바위-용바위-마애불-악귀봉-노적봉-정상-최영장군활터-주차장 0, 산행 목적 : 암릉소나무와 친구들 만나기 ㅎ 첫여름 / 홍해리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 여름이 왔다. 봄은 봄대로 꽃이 피었으나 나는 향기로운 꽃의 둘레 그 머얼리서 서성이고 있었다. 젖은 골목을 찾아 젖은 꿈의 뒷길로 가는 어귀에서 식은 땀을 떨구며 헤매고 있었다. 더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여러 갈래로 난 길목에 와서 스물 몇 해를 헤아리고 있었다. 먼 하늘과 막막한 벌판과 어둔 밤과 아픈 눈물 속을 혼자서 걷다 걷다 지친 후에, 첫여름은 왔다 가슴 홀로 뛰고 입술이 타는 꽃이 꽃다이 보이는.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도 여름이 왔다. 일정이 있어서, 산악회에 동참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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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 홍수희산 2022. 4. 10. 08:46
진달래 / 홍수희 그 땐 참, 내 마음이 저리 붉었습니다 당신이 지나치며 투욱, 떨어뜨린 불씨 하나가 내 영혼 가파른 벼랑 위로 잘도 활활 타들어 올랐습니다 타들어 오신 길 마저 닿을 듯 아슬한 그리움 문득 출렁이는 아픔 되어도 다시는 그 후 지나치며 투욱, 불씨 하나 떨어뜨려 주지 않으셔도 그 땐 참, 이별도 사랑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햇살 좋은 날, 고향 뒷산 용봉산에 올랐습니다 암릉 진달래가 피었나 보았더니 다 피었습니다 ㅎㅎ 모진 겨울과 바람을 이기고 금년에도 멋진 꽃을 피웟습니다 모양이야 어려 종류이지만, 그 승리에 깊은 감동을 느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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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전등 / 김남조산 2022. 1. 19. 06:50
새벽전등 / 김남조 간밤에 잠자지 못한 이와 아주 조금 잠을 잔 이들이 새소리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며 새벽전등을 켠다 이 거대한 도시 곳곳에 불면의 도랑은 비릿하게 더 깊은 골로 패이고 이제 집집마다 눈물겨운 광명이 비추일 것이나 미소짓는 자, 많지 못하리라 여명(黎明)에 피어나는 태극기들, 독립 반세기라 한 달 간 태극기를 내걸자는 약속에 백오십 만 실직 가정도 이리 했으려니와 희망과의 악수인 건 아니다 참으로 누구의 생명이 이 많은 이를 살게 할 것이며 누구의 영혼이 이들을 의연(毅然)하게 할 것이며 그 누가 십자가에 못박히겠는가 심각한 시절이여 잠을 설친 이들이 새벽전등을 켠다 소망있는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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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용설명서산 2022. 1. 8. 17:02
사랑 사용설명서 용법 및 용량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것. 부담주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것. 해어져도 미워지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것. 외로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깨어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바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함께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살아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만 사랑할 것 효능 세상 무조건 아름다워 보이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입에서 콧노래가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기대감이 생긴다. 열등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자유롭다. 살아있음에 대하여 감사하게 된다. 보관방법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할 것. 변질되지 않도록 상호간에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을 요함. 유효기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사용시 주의사항 다음 사항들을 늘 염두에 두고 지켜 나가 십시요. 상대에 배려할 것. 끝까지 믿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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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출 산행, 나의 각오, 출발산 2022. 1. 1. 22:16
시간을 선물합니다 / 신달자 막 낳은 달걀 같은 알의 시간 새해라는 따뜻한 이름을 선물합니다 사람이 아닌 신의 이름으로 축복의 햇살이 널리 퍼지는 금물결 일렁이는 새해라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높은 사람이나 낮은사람이나 잘난사람이나 못난사람에게도 고루고루 주어지는 신의 선물 당신에게 새해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 시간 안에는 우주가 넘실거리고 그 시간 안에는 아침과 밤이 출렁거리고 그 시간 안에는 사람과 나무와 꽃이 피어납니다 당신이 피어납니다 당신이 피어날 때 날마다 당신의 아침은 새해가 되고 날마다 당신의 밤은 시간이 됩니다 숨결 들리고 노래가 들리고 축가가 울려 퍼지고 당신은 드디어 생명의 열매로 충만합니다 날마다 당신은 충만합니다 당신이여 진정으로 그런 새해가 되기를…… 새해 아침! 지인들과 길을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