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복 시인 9

목련의 기도

목련의 기도 / 정연복 하얀 목련이 폭죽처럼 터지면 주위가 온통 환해집니다 나의 삶도 그렇게 세상의 한 모퉁이 밝히게 하소서. 목련의 기도 / 정연복 티 없는 순수의 빛으로 피어 한 며칠 짧은 시간 동안 세상 한 구석 온몸으로 밝히며 해맑은 사랑과 소망의 등불이다가 이리 총총 떠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피고 지는 것 모두 당신께서 하시는 일 내년에도 이 몸 다시 불러 주소서 다시 피워 주소서. 목련의 기도 / 정연복 저의 눈부시게 피는 모습을 사람들은 온갖 언어로 칭송해요 하지만 제 쓸쓸히 지는 모습까지 사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저의 빛을 찬양할 뿐 저의 그림자에는 관심이 없어요. 주님! 피고 지는 것이 반반씩의 일인데 빛과 그림자는 사실 공존하는 것인데 왜 이 간단한 이치를 사람들은 모르는 걸..

2019.04.06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 정연복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 정연복 티없이 맑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한숨 쉬지 말자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속상한 일 너무 많다고 눈물 보이지 말자.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삶의 시련과 괴로움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없는 것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아래 아래서 자꾸만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가을은 담쟁이부터 옵니다 용봉산에도 가을색이 짙어 갑니다 가을입니다

2017.10.05

장미의 기도/이해인

사랑 꽃 / 정연복 사랑하면 마음속에 꽃이 핀다 사랑이 찾아오면 연분홍 진달래 사랑이 즐거우면 노랑 개나리 사랑이 향기로우면 보랏빛 라일락 사랑이 순수하면 하얀 목련 사랑이 소박하면 노란색 민들레 사랑이 불붙으면 빨간 장미 사랑이 깊어지면 안개꽃 핀다. 세상의 꽃들이 모두 지더라도 사랑 꽃은 시들지 않는다 사랑은 오래오래 가는 꽃이다. 장미의 기도/이해인 피게 하소서, 주님 당신이 주신 땅에 가시덤불 헤치며 피 흘리는 당신을 닮게 하소서 내 뾰족한 가시들이 남에게 큰 아픔이 되지 않게 하시며 나를 위한 고뇌 속에 성숙하게 기쁨을 알게 하소서.... 오직 당신 한 분 위해 마음 가다듬는 슬기를 깨우치게 하소서 죽어서 다시 피는 목숨이게 하소서 겨울인데 화단에 노랑장미가 피었습니다 지났다고 생각했던 많은 시..

2016.12.09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 단풍 산행 2

대승령에서 안산으로 갑니다 그리고 계곡으로 좀 지루하지만 걸어 내려갑니다 떡갈나무도 단풍들으면 아름답습니다 단풍잎의 말씀 / 정연복 한세상 살아가는 일 별것 아니란다 마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곱게 물들여 가면 되는 거야. 비바람 맞고 찬이슬에 젖으면서도 작고 힘없는 나도 굳세게 걸어온 이 길인데 하물며 사람인 네가 생을 겁낼 필요가 어디 있겠니. 잠시 쉬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몇 장 담았습니다 파아란 하늘과 단풍에 눈이 시립니다 역광으로,,, 멋진 주목도 한컷! 차가운 물과 바람 그리고 온도 하강에도 파란풀이 피었습니다 물들어 가는 계곡! 폭포에 도착하였습니다 단풍도 붉게 물들었습니다 여러장을 담았습니다 단풍 / 정연복 하루의 태양이 연분홍 노을로 지듯 나뭇잎..

2016.10.19

봄날의 기도 / 정연복

봄날의 기도 / 정연복 겨우내 쌓였던 잔설(殘雪) 녹아 졸졸 시냇물 흐르듯 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 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운 봄바람에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 스르르 열리게 하소서 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 이 여린 가슴에도 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 새록새록 돋게 하소서 창가에 맴도는 보드랍고 고은 햇살같이 내 마음도 그렇게 순하고 곱게 하소서 저 높푸른 하늘 향해 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 사뿐히 까치발 하게 하소서 한라산에도 봄이 왔습니다 눈이 녹아 물이 흐르고, 조릿대는 푸르게 변합니다 단단하게 얼었던 겨울도 연초록의 물결에 사르르 녹아버립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온는 봄은 싫습니다 간절한 기다림으로 뜨거움으로 맞이하는 봄이 좋습니다 이 한라의 동산 위에도 털진달래와 철쭉이 붉게 붉게 ..

2016.03.07

지금 이 순간의 사랑 / 정연복

지금 이 순간의 사랑 / 정연복 영원히 사랑한다고 우리들은 가끔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영원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삶에서 죽음까지의 시간이 허락될 뿐입니다 그 시간마저도 바람같이 빨리 흘러갑니다.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가 날로 가깝습니다 죽는 날까지 사랑한다 해도 그 사랑은 결코 길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사랑해야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 / 정연복 사랑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목숨까지 바치는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된다 세상의 어느 외로운 사람에게 가만히 어깨 품 내주고 슬픈 마음 토닥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내가 손수건 되어 눈물 한 방울 쓱 닦아주는 것 사람들끼리의 사랑이란 이렇게 작은 일인지도 모른다.

2015.04.11

꽃 시 모음

비가 내리는 저녁에 꽃들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저는 비맞은 꽃을 좋아합니다 정연복 시인의 꽃에 관한 시를 올려봅니다 벚꽃의 열반 / 정연복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진달래 / 정연복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

201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