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 4

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나뭇잎이 일렁이고 떨어졌지만 조금은 울지 않고 무저갱을 밟아왔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을 좇아가면 눈앞 가득 떠오르던 빨주노초파남보 애면글면 다가가는 꽃밭보다는 일껏 은산철벽 숲에 갇히곤 하는 길 자줏빛이라고나 할까 흔하디흔한 장미 한 송이도 없이 지상의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한 고단과 남루의 쓰라린 빛이라면 그 빛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길은 언제나 나를 불러내선 내가 홀로 있는 부처를 보여주었다 닿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여벌의 쓸쓸함을 헤아릴 묵주도 없이 머무를 수 없는 운명을 지닌 강물에 목을 적시는 건 나는 나를 흐르는 길이기 때문, 후회도 광채도 없는 발길로 불구의 오늘은 적막의 꿈을 밟는다 소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슬펐습니다 마주앉은 지인이 하품을 그만하랍..

2020.08.13

내 소망 하나 / 유안진

내 소망 하나 / 유안진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 부릴 수 있는 더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같이 보고 이렇게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서로의 겉 모습 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있다면서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이쁘게 함박웃음 웃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을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혀서 아~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 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

2018.12.02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 시퍼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 시퍼 하루는 한 생애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뜨면 하나의 생애가 시작되고 피로한 몸을뉘여 잠자리에 들면 또 하나의 생애가 마감됩니다 우라가 단 하루밖에 살 수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눈을 뜰 때 태어나 잠들면 죽는다는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에게 투정부리지 않을 겁니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당신에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할 겁니다 아무리 힘겨운 일이 있더라도 불행하지 않을 거구요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모두 사랑하기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죽어서도 버리지 못할 그리움 그 엄청난 고통이 두려워 당신 등 뒤에서 그저 울고만 있을 겁니다 바보처럼 ..

2018.01.04

인생 / 릴케

인생 /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 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을 만족하면 그뿐, 앞산에 꽃이 피었습니다 전 오늘 제가 23년을 모시던 분의 이임식을 하고 왔습니다 절대적 가치는 없지만 세상은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 같은거요 삶은 한 줄도 안되는 서사시인듯 합니다 누구를 절대 닮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만 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듯,,,, 이 꽃이 영글 때면 알겠죠? 옳고 그름을 떠나서 흐름은,,,, 하루를 보내며 행복했습니다 지난 시간도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가끔, 물어주세요 잘 지내는지요???

201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