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농돌이 2020. 8. 13. 20:56

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나뭇잎이 일렁이고 떨어졌지만

조금은 울지 않고 무저갱을 밟아왔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을 좇아가면

눈앞 가득 떠오르던 빨주노초파남보

애면글면 다가가는 꽃밭보다는

일껏 은산철벽 숲에 갇히곤 하는 길

 

자줏빛이라고나 할까

흔하디흔한 장미 한 송이도 없이

지상의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한

고단과 남루의 쓰라린 빛이라면

 

그 빛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길은 언제나 나를 불러내선

내가 홀로 있는 부처를 보여주었다

 

닿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여벌의 쓸쓸함을 헤아릴 묵주도 없이

머무를 수 없는 운명을 지닌

강물에 목을 적시는 건

나는 나를 흐르는 길이기 때문,

 

후회도 광채도 없는 발길로

불구의 오늘은 적막의 꿈을 밟는다

 

소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슬펐습니다

마주앉은 지인이 하품을 그만하랍니다

빨강 랜즈를 끼었나보다구,,,,

 

참 미치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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