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아 시인
-
아름다운 신부 / 이향아삶 2020. 4. 4. 21:54
아름다운 신부 / 이향아 신부여, 봄 햇살로 짜올린 비단길을 걸어서 오늘은 한 마리 백공작으로 깃을 펴도 좋다 어느 궁성의 장미원인가 향기로운 예감 풍금 켜며 네 곁에 천천히 다가오고 먼 강물 위를 흘러가던 구름도 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오늘 그대는 신부 바람이 지난 밤의 파도 높은 뉴스를 몰고 올지라도 지금 땅 위에서 가장 영롱한 소식은 그대 하늘 아래 가장 충만한 꽃은 그대다 그대가 있어 오늘은 세상이 이리도 눈부시다 오늘은 스스로 격리생활을 합니다 집 주변을 걷고, 꽃을 보며 보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음속에 봄꽃 한송이 피웁니다
-
비운 항아리처럼 / 이향아삶 2020. 4. 2. 17:51
비운 항아리처럼 / 이향아 기적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퍼낸 물만큼 물은 다시 고이고 달려온 그만큼 앞길이 트여 멀고 먼 지축의 끝간데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동이 튼다면 날마다 다시 사는 연습입니다 연습하여도 연습하여도 새로 밀리는 어둠이 있어 나는 여전히 낯선 가두에 길을 묻는 미아처럼 서 있곤 했습니다 눈을 감고 살기를 복습하여서 꿈을 위해 비워둔 항아리처럼 꿈도 비워 깊어진 항아리처럼 기적보다 눈부시게 돌아오기를 옷깃 여며여며 기다리겠습니다. 지나본 사람은 안다. 올 봄에는 삶의 무게로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오래오래 남겨두리라
-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삶 2020. 3. 24. 20:28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지상에서 빛나는 이름 하나 누가 물으면 꽃이여, 내 숨결 모두어 낸 한 마디 말로 그것은 '꽃입니다' 고백하겠다 너와 사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바람 몹시 불어서 그 사람이 울던 날도 골목마다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이 이별로 얼어붙던 날도 낮은 언덕 양지쪽 등불을 밝혀 약속한 그 날짜에 피어나던 너 꽃이 있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간직했던 내 사랑을 모두 바쳐서 열 손가락 끝마다 불을 켜 달고 나도 어느 날에 꽃이 피련다 무릎 꿇어 핀다면 할미꽃으로 목숨 바쳐 핀다면 동백꽃으로 1년 전 좋은 날 받아둔 꽃을 걸어 말렸습니다 감사함을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교정에는 모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모든 꽃이 항상 피어 있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고 말죠,,,! 모든 것은 변한다고 말..
-
꽃다발을 말리면서 / 이향아삶 2018. 4. 23. 19:02
꽃다발을 말리면서 / 이향아 누가 내게 이와 같은 슬픔까지 알게 하는가 꽃이 피는 아픔도 예사가 아니거늘 저 순일한 목숨의 송이 송이 붉은 울음을 꺾어다가 하필이면 내 손에서 시들게 하는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것처럼 꽃은 매달려서 절정을 모으고 영원히 사는 길을 맨발로 걸어서 이렇게 순하게 못 박히나니 다만 죽어서야 온전히 내게로 돌아오는 꽃이여 너를 안아 올리기에는 내 손이 너무 검게 너무 흉하게 여위었구나 황홀한 순간의 갈채는 지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빈혈의 꽃과 무심한 벽과 굳게 다문 우리들의 천 마디 말뿐 죽어가는 꽃을 거꾸로 매다노라면 물구나무서서 솟구치는 내 피의 열기, 내 피의 노여움, 네 피의 통곡, 꽃을 말린다 입술을 깨물고 검게 탄 내 피를 허공에 바랜다 비 내리는 날, 보리밭에서,..
-
계룡산 삼불봉 설화, 자연성능 능선,,,!산 2018. 2. 8. 21:23
동행 / 이향아 강물이여,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서늘한 젊음, 고즈넉한 운율 위에 날 띄우고 머리칼에 와서 우짖는 햇살 가늘고 긴 눈물과 근심의 향기 데리고 함께 가자. 달아나는 시간의 살침에 맞아 쇠잔한 육신의 몇 십분지 얼마, 감추어 꾸려둔 잔잔한 기운으로 피어나리. 강물이여 흐르자. 천지에 흩어진 내 목숨 걷어 그 중 화창한 물굽이 한 곡조로 살아 남으리. 진실로 가자. 들녘이고 바다고 눈 먼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조금 늦어서 아쉽지만 설화가 핀 삼불봉,,,! 자연성능 능선과 관음봉, 천왕봉, 연천봉,,,! 사랑이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나눕시다 우리네 인생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힐 순간이 있다면 어제의 열매이며..
-
가을빛 용봉산!산 2014. 10. 5. 16:19
잎새에게 / 이향아 네가 푸른 잎사귀로 나부낄 때면 나는 마른 껍질 뒤엉킨 밑둥이거나 뼈마디 앙상한 뿌리로 산다 여기는 세계에서도 눈물 나는 자리 열 손가락 불을 켜서 줄을 당긴다 놋쇠 징을 두드려라 여기 살아 있노라 더운 가슴 뿜어내며 활개를 쳐라 네가 펄럭이면 펄럭이는 그만큼 황금으로 굳어지는 나의 뼈를 보아라 지층으로 다리 뻗는 나의 꿈을 보아라 향유 번져나는 네 하늘 한 자락 내 슬픔 잠재울 홑이불로 남는다 암릉에 사는 고비는 가을이 깊었네요 이끼류에게는 너무도 짧은 가을이구요! 산 아래 마을의 벌판은 노란 수채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노적봉에서 둔리저수지를 바라봅니다 병풍바위!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범상스님 제가 살금살금 도촬했어요 ㅋㅋㅋ 스님은 도를 구하는데, 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