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 3

연두색 신록으로 물든 무량사 틀에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인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이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대한불교조계종 제6..

2021.05.02

대청도 서풍받이

초가을 / 신동엽 그녀는 안다 이 서러운 가을 무엇하러 또 오는 것인가. 기다리고 있었나 네모진 궤상 앞 초가을 금풍이 살며시 선 보일때, 그녀의 등허리선 풀 멕인 광목날 앉아 있었다. 아, 어느새 이 가을은 그녀의 마음 안 들여다 보았는가. 덜 여문 사람은 익어가는 때, 익은 사람은 서러워 하는때, 그녀는 안다 이 빛나는 가을 무엇하러 반도의 지붕밑, 또 오는 것인가. 대청도 서풍받이 입니다 지나온 추억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풍경이고, 추억입니다 오늘 못 가면 내일, 내일 못 가면 모레, 언젠가는 꼭 가볼 일이다 --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

2020.08.27

4월 첫 아침을 열면서!

맑은 꽃 - 김 여정 - 눈물보다 더 맑은 꽃이 있을까 4월은 꽃이 많은 계절 4월은 눈물이 많은 계절 맑은 꽃 속의 샘물에 뜨는 별 예사로이 보면 안 보이는 별 별이 안 보이는 눈에는 눈물이 없지 사람들은 꽃만 보고 눈물은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샘물만 보고 별은 보지 않는다 광장에는 꽃의 분수 4월의 눈물이 솟는데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_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저의 조그만 공간을 방문하시는 아름다운 분들께..

201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