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단풍 3

가을이 떠날 때 / 용혜원

가을이 떠날 때 / 용혜원 가을이 옷조차 다 벗고 떠나려 뒷모습조차 안 보이자 겨울이 손바닥을 펴 찬바람을 풉니다 겨울을 알리응 바람이 나뭇자지를 몸서리치도록 흔들어놓습니다 가을은 떠나가기가 싫어 몇 번이나 가을비로 눈물을 흘리지만 눈물을 흘리면 흘릴수록 이별의 아픔은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가을이 떠날 때 나무들은 꽃 피울 봄을 위하여 맨몸으로 추운 겨울밤의 고독과 싸우기 위하여 치열한 전투를 시작합니다 - 용혜원, 중에서- 편리한 영역에서 벗어날 때, 진짜 삶이 시작된다 -- 도널드 월시 -- 오늘도 꿈꾸는 삶을 만들기 위해 움직여 봅니다

2021.11.18

가을의 기도/이 해인 수녀

가을의 기도/이 해인 수녀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2017년 가을 백양사의 추억입니다 이 세상에서..

2019.09.10

가을 노트 / 문정희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10월을 기다립니다,,,!

2018.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