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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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시간을 곶고 / 문정희삶 2022. 6. 11. 01:53
바다에 시간을 곶고 / 문정희 시간은 뙤약볕처럼 날카로웠다 두럽고 아슬아슬하게 맨 살 위에 장대를 꽂기도 했다 그래서 삶은 때때로 전쟁을 연상시켰다 하늘아래 허리를 구부리는 것은 굴욕이 아니다 이 빗발치듯 내려꽂히는 시간 속에 허리를 구부리고, 서로 이마를 맞대고 생명과 생명은 이어져왔다 바다가 밀려오고, 밀려나가고 또 가을이 오고, 봄이 오고 그러므로 우리가 허리를 구부려 줍는 것은 차라리 영원한 허기인지도 모른다 허기가 바다를 다시 채운다 허기가 지상에 가을을 불러온다 마치 병정들처럼 시간이 맨살 위로 장대를 들고 다가드는 시간 문득 발아래 깔리는 무수한 별들을 본다 이른 새벽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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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삶 2021. 8. 13. 06:34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비둘기들 거니는 저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 꿈틀거리고, 올바름인 정오가 거기서 불꽃들로 바다를 구성한다, 늘 되풀이되는 바다를 ! 오, 신들의 고요에 오래 쏠린 시선은 한 가닥 명상 뒤의 고마운 보답 ! 날카로운 번갯불들이 얼마나 순수한 작업이 잗다란 물거품의 숱한 금강석을 간직하고 있으며, 또 그래서 얼마나 아늑한 평화가 잉태되는 것만 같은가 ! 하나의 해가 심연 위에 쉴 때는, 영구 원인의 두 가지 순수 작품,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바로 앎이다. 단단한 보물, 조촐한 미네르바 신전, 고요의 더미, 눈에 띄는 푸짐한 저장, 우뚝 솟은 물, 불꽃 너울 쓰고도 그 많은 잠을 속에 간직한 눈이여, 오, 나의 침묵 ! 넋 속의 신전, 그러나 기왓장도 무수한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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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에서 장풍 날리기 ㅋㅋ삶 2020. 2. 2. 20:08
눈 내리는 바닷가로/ 이해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가장 순결한 마음으로 부르고 싶으면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가슴에 깊이 묻어둔 어떤 슬픔 하나 아직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으면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차가운 눈을 맞고 바다는 더욱 고요하고 따뜻해졌습니다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하얀 웃음을 죽은 이들을 위해서는 하얀 눈물을 피우며 송이송이 바다에서 꽃이 되는 눈 어느 날 문득 흰 옷 입은 천사의 노래를 듣고 싶거든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요 아주 오랫만에 가족들과 바닷가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