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13

그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

2020.05.18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서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만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訃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점 배달시키랴? 겉과 속..

2020.05.07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때/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때/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 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사랑은 현재 감정에 충실하면 됩니다 사랑이 없는 곳으로 움직이지 마셔요 가슴 뛰는 감정 , 삶에 가장 큰 행복입니다

2020.04.27

하늘빛 그리움/ 이외수

하늘빛 그리움/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이유를 물을 필요가 있는가? 봄 무등산에서는 포근하기만 하다 저녁이면 해가지고, 새벽이 지나면 별도 진다 그래도 무등산의 봄은 슬픔의 시작이다 삶은 자기 자신의 집착일지 모른다

2020.04.22

어머니 품처럼 깊은 무등산으로!

0, 산행 일시 : 2016, 12,18 0, 일행: 나, 그리고 여행자 하나 0, 산행 경로: 증심사 주차장-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증심사-회귀 0, 접근 경로 : 서해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 0, 산행 후 나주로 이동하여 국밥 한그릇 찻집 앞 다리에 눈이 내렸습니다 아이젠을 안 가지고 왔는데,,,ㅠㅠ 반대편 봉우리에도 햇살이 들기 시작합니다 성황당 느티나무! 중머리재에 도착! 화순쪽 산을 보니 허였습니다 입석대에 상고대가 피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여기서부터는 일행을 팽기치고 오릅니다 ㅋㅋ 산행길에도 눈이 쌓여서 밟아 봅니다 첫 눈 밟기!! 장불재 도착!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

2016.12.22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 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서석대에 핀 눈꽃들! 오래 세월의 무게 위에 힌 꽃이 만발했습니다 겨울 빗소리가 무척이나 ..

2016.12.22

첫눈 / 이정하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무등산에서 2016년 첫 상고대를 만났다 예상도 없이 마주한 활홀경에 벅찬 감동이다 어머니 같은 산에 안기고 싶어서 갔던 산이다 나이를 먹어도 혼자 외롭다 지구라는 행성에 여행객이니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우리의 삶과 꿈..

2016.12.19

처음처럼 - 용혜원

처음처럼 - 용혜원 우리 만났을 때 그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처음 연인으로 느껴져 왔던 그 순간의 느낌대로 언제나 그렇게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퇴색되거나 변질되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 만났을 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산에 다녀온지가 3주가 되어갑니다 내일 새벽에는 찬바람 불어오는 곳으로 가렵니다 눈이 폭신 내리고, 상고대가 피기를,,, 무등산 서석대로 떠납니다 무겁운 머리와 상념을 칼바람에 씻기우고 싶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으로,,,,!

2016.12.16

신록과 진달래가 한창인 무등산에 올라!!

산행 일시: 2015, 4,26 산행경로: 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증심사 매년 2월이면 무등산에 오른다 그리고 중머리재 아래 복수초도 보고 행복한 봄을 먼저 맞이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새벽에 출발하여, 증심사지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산님들이 가득하다 오르는 길에 신록이 푸르고, 아름답습니다 증심사에 잠시 들러서 1년간의 안부를 묻고,,,, 사찰의 단청과 신록이 아침 햇살에 편안함을 줍니다 당산나무도 화려한 봄입니다 가을보다 붉은 단풍나무 잎! 중머지래 부근까지는 군데군데 철죽이 피었습니다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입석대에는 진달래가 한창입니다 웅장함과 태고의 신비가 느껴집니다 암릉과 신록의 조화! 화순 방향 진달래와 조망, 그리고 장불재! 신록과 진달래,,,, 암릉과 ..

201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