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1 자주 지도를 들여다 본다 모든 추억하는 길이 캄캄하고 묵직하다 많은 델 다녔으므로, 많은 걸 본 셈이다 지도를 펴놓고 얼굴을 씻고, 머리 속을 헹구워 낸다 아는 사람도, 마주칠 사람도 없지만 그 길에 화산재처럼 내려 쌓인다 토실토실한 산맥을 넘으며, 온 몸이 다 젖게 강을 첨벙이다 고요한 숲길에 천막을 친다 지도 위에 맨발을 올려보고 나서도 차마 지도를 접지 못해 마음에 베껴두고 잔다 여러 번 짐을 쌌으므로 여러 번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여러 번 등 돌렸으므로 많은 걸 버린 셈이다 그 죄로 손금 위에 얼굴을 묻고 여러 번 운 적이 있다 2 깊은 밤, 나는 그가 물을 틀어 놓고 우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울음소리는 물에 섞이지 않았지만 그가 떠내려보낸 울음은 돌이 되어 잘 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