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 5

마지막 여름 장미 / 최영미

마지막 여름 장미 / 최영미 길모퉁이에서 나는 보았지 먼지를 뒤집어쓴 장미 한 송이. 아, 어떻게 서울에 …… 스마트폰이 점령한 젊음의 거리에 늦게 핀 여름 장미가 나, 여기 살아 있다고 내 발목을 붙잡고 지금쯤 자취도 없이 사라진 어느 여름의 벼락같은 선물. 기억의 담벼락에 새겨진 희미한 이름이 꽃을 피우고 이파리를 흔들고, 흐린 하늘에 소나기가 내린다 네가 나의 마지막 여름 장미였지. 아니, 가을이었나? 내 품에 안긴 서른 송이의 장미꽃들은 어디로 갔나. 추억이여. 넌 어쩜 시들지도 않고 이렇게 아무 데서나 나타나 날 귀잖게 하니. 일상에서 서성이다 보니 장미가 피었습니다 지인들과 한 병 하다가 ''' 카메라 들고 다시 담 벼락으로 갔습니다 나만 생각하고 살아온 봄 입니다 장미는 삶을 회복시켜주려나 ..

2023.05.19

6월의 장미 / 이해인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어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짙음이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논에서는 벼가 자라고, 보리는 누렇게 익어가고, 감자꽃도 피고요 행복과 쉬엄이 있는 6월되셔요

2021.06.02

유월의 장미 / 이해인

유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어제 잠시 내린 소나기가 행복하게 합니다 해갈을 위한 비를 기다립니다

2017.06.27

저녁별 - 이정하

저녁별 - 이정하 너를 처음 보았을때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너를 바라보는 기쁨 만으로도 나는 혼자 설레였다 다음에 또 너를 보았을때 가까워 질 수 없는 거리를 깨닫고 한 숨 지었다 너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 하다고 생각 했었는데 어느새 내 마음엔 자꾸만 욕심이 생겨 나고 있었던 거다 그런다고 뭐 달라질게 있으랴 내가 그대를 그리워 하고 그리워 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너는 그자리 그대로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 볼 밖에 내 어두운 마음에 뜬 별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지만 큰 아픔이기도 했다 어머니 집에 핀 넝쿨장미입니다 비가 내리니 꽃잎이 지네요 오늘은, 서로에게 비판없이 아름다운 말로 경쟁하는 하루 되길 소망합니다

2014.06.03

장미

어머니댁 집 앞 아취에 장미가 한창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이 장미 아래서 어머니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기로 했습니다 곱게 한복입으시고,,,, 6월(반기룡)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지청 매달린 연듯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폴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 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