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낙조 4

나는 소망합니다 / 헨리 나우웬

나는 소망합니다 / 헨리 나우웬​ ​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 나는 소망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 나는 소망합니다. 다른 이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내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없기를. ​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살기를. 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 ​ 나는 소망합니다..

2023.09.29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 안희연​ 날카로운 말은 아프지 않아 폭풍우 치는 밤은 무섭지 않아 아픈 것은 차라리 고요한 것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 너의 얼굴 ​ 너는 투명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의 땅은 그럴 때 흔들린다 네가 어떤 모양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모를 때 온 풍경이 너의 절망을 돕고 있을 때 ​ 창밖엔 때 아닌 비가 오고 너는 우산도 없이 문을 나선다 ​ 이제 나는 너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몇 걸음 채 걷지 못하고 종이처럼 구겨졌을까 돌아보다 돌이 되었을까 ​ 나의 상상은 맥없이 시든다 언어만으로는 어떤 얼굴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뿐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오후 성벽 너머의 성벽들 빗방울이 머물 수 있는 공중은 없듯이 ​ 알고 보면 모두가 여행자 너도 나..

2022.06.18

이른 봄에 가장 맛난, 남당항 새조개 드시러 오셔요

새조개란 ? 학명은 Fulvia mutica (REEVE)이다.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璽雕開)라는 것이 “큰 것은 지름이 4, 5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북쪽 땅에서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서는 희귀하다.”고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다. 기재가 너무 간단하여 어떤 종인지 확언할 수 없으나, 이것은 새조개에 관한 기록인 것으로 추측된다. 새조개는 각장 95㎜, 각고 95㎜, 각폭 65㎜에 달하며, 패각은 볼록하고 원형이며 얇다. 패각의 표면은 각정에서는 홍색을 띠고 배쪽 가장자리는 백색을 띠며 각피는 연한 황갈색이다. 패각의 표면에는 40∼50줄의 가늘고 얇은 홈들이 방사상으로 ..

음식 2020.02.21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용혜원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용혜원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송곳처럼 찔러 들어와 오늘쯤은 오지 않을까 창밖으로 자꾸만 눈이 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그리움도 사라지고 마모될 중 알았더니 아직도 잔향이 남아 있어 미치도록 그리워집니다 지금 어디쯤 계십니까 짧은 눈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떠나 버린 당신을 기다리다 견디지 못해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빼곡할 것만 같았던 삶의 시간들도 허전하도록 자꾸만 짧아져 가고 미련은 마음의 능선을 넘어가는데 어긋난 기다림이 고조되면 병이 됩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삶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칸막이를 뜯어내고 남은 세월에 걸맞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 용혜원 시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에서 - 2020년 꽃지에서 첫 일몰을 보냅니다

202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