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 78

멀리 있기 / 유안진

멀리 있기 /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소서.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소서 살면서 참 많은 색채를 경험합니다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는 자연을 보면 경이롭습니다 삶의 색도 여러가지 색으로 물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풍요롭고 다채로움이 풍만한 삶이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23.07.08

개화 / 안도현

개화 / 안도현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펼쳐 둔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 자락 떨어져 내릴 때 물관부에서 차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사랑이 흐르는 오선의 개울 그곳을 건너는 화음을 뿜으며 꽃잎 빗장이 하나 둘 풀리는 소리들. 햇볕은 일제히 꽃술을 밝게 흔들고 별무늬같이 어지러운 꽃이여 이웃들의 더운 영혼 위에 목청을 가꾸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누구는 삶을 느끼고, 배우려면 떠나라고 합니다 어디로, 산,,, 바다,,, 고요함 속에서 강한 존재감으로 다가온 곳이면 좋습니다 그동안 못느끼던 뜨거움을 느끼는 곳이면 좋..

2023.07.04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하나 내어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폭풍처럼 몰려왔던 감정도 차분해지는 시간입니다 슬픔의 목소리, 삶의 열정에서 응어리져서 나오던 그의 울림,,,! 삶은 사랑받으면 피어나는 꽃 입니다

2023.04.08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수국이 피고 나면 ​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

2022.09.20

꽃 / 유지나

꽃 / 유지나 꽃은 예뻐서 아픔이 없는 것 같지만 꽃도 말 못 하는 아프고 힘든 사연들이 많이 있는거지 고와 보이는 사람도 평안해 보이는 사람도 꾹 짜보면 눈물 쏟아낼 사연들 품고 있는거지 이 세상에 눈물 없는 삶이 어디 있겠어 그들만의 아픔과 시련이 다 있는거지 긴 기다림 끝에 연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인생길은 빠름이 아닌 끈기와 열정이 만들어 갑니다 연꽃을 보며,,,

2022.06.28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 윤수천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 윤수천 한 목숨 다 바쳐도 좋을 사랑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의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놓친 열차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적극적인 사랑 오, 적극적인 사랑 사랑 사랑 지옥에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야생 녹차꽃, 월출산에서) 아주 오랫만에 새벽 산행을 가려고 밤을 설쳤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치유하기엔 산이 명약인 것을,,,, 주변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라는 말을 새겨보렵니다 내 삶도 내가 사는 것이지, 남..

2021.10.04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 류시화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 류시화 누가 말했었다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 고통도 그리움도 추억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꽃들은 왜 빨리 피었다가 지는 가 흰구름은 왜 빨리 모였다가 빨리 흩어져 가는 가... 미소지으며 다가 왔다가 너무도 빨리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들.... 들꽃들은 왜 한적한 곳에서 그리도 빨리 피었다가 지는 것인가 강물은 왜 작은 돌들 위로 물살져 흘러 내리고 마음은 왜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가... 산책길에서,,,,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