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181

여름 화엄사 여행

무량 / 전영관 봄비 속살거리고 안개까지 자욱해 아슴아슴 젖어드는데 화엄사 가자하네 기가 센 곳이라 일주문부터 쭈뼛했었지 만발하는 흑매가 보통 귀신은 아니다 싶어 벽사 삼아 마들가리를 주워왔었지 입에만 담아도 무거운 화엄보다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당신에게 간질밥 먹여도 될 것 같은 부여 무량사를 고집부리네 사미*처럼 파르래한 눈웃음도 무례는 아니고 석탑을 데우는 볕처럼 무량하고 사무치는 봄날이라 전생부터 이생의 우환들을 널어놓고 싶네 극락전 처마선이 당신 플레어스커트만큼 황홀하다고 너스레 떨어놓고는 딴청부리겠네 배롱나무 아래 골똘한 당신은 뒤꿈치에 자운영 보랏빛을 묻혀오겠지 쿡, 쿡 옆구리 찌르며 천치처럼 웃으려고 내 팔꿈치에 복사꽃 연분홍을 바르고 싶네 꿀 발라 경단을 빚듯 벌들이 잉잉거려서 물색없이 ..

2022.08.27

진짜 행복 / 유지나

진짜 행복 / 유지나 살아보니 평범한 일상이 가장 좋은거더라 특별한 일도 좋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이 더 기쁨이더라 대단한 일도 좋지만 하루만큼의 보람과 하루만큼의 즐거움만 있으면 그게 더 감사하더라 선물같은 날도 좋지만 건강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이 그게 진짜 행복이더라 행복은 꼭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되더라 일상에서 즐겁다고,,,, 행복하다고,,,, 마음에 담으면 더 행복해지는 것 실천하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2022.08.20

태안 캄파밀레에서 수국과 함께 즐겨봅니다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지상에서 빛나는 이름 하나 누가 물으면 꽃이여, 내 숨결 모두어 낸 한 마디 말로 그것은 '꽃입니다' 고백하겠다 너와 사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바람 몹시 불어서 그 사람이 울던 날도 골목마다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이 이별로 얼어붙던 날도 낮은 언덕 양지쪽 등불을 밝혀 약속한 그 날짜에 피어나던 너 꽃이 있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간직했던 내 사랑을 모두 바쳐서 열 손가락 끝마다 불을 켜 달고 나도 어느 날에 꽃이 피련다 무릎 꿇어 핀다면 할미꽃으로 목숨 바쳐 핀다면 동백꽃으로 0, 이용시간- 동절기(12월~2월)오전9시-오후5시, 성수기(3월~11월)오전9시-오후6시 0, 요금 :성수기 성인(중학생이상)8천원, 어린이(8세-13세)5천원,유아(만3-7세)4천원, 동절기 성..

2022.07.04

겨울 골짜기에서 / 도종환

겨울 골짜기에서 / 도종환 낮은 가지 끝에 내려도 아름답고 험한 산에 내려도 아름다운 새벽 눈처럼 내 사랑도 당신 위에 그렇게 내리고 싶습니다. 밤을 새워 당신의 문을 두드리며 내린 뒤 여기서 거기까지 걸어간 내 마음의 발자국 그 위에 찍어 당신 창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당신을 향해 이렇게 가득가득 쌓이는 마음을 모르시면 당신의 추녀 끝에서 줄줄이 녹아 고드름이 되어 당신에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바위처럼 돌아앉아 있으면 그래도 당신이 저녁 산처럼 돌아앉아 있으면 바람을 등에 지고 벌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을 사랑 했었노라는 몇 줄기 눈발 같은 소리가 되어 하늘과 벌판 사이로 떠돌며 돌아가겠습니다 겨울 막바지 꽃샘추위가 한창입니다 이제 겨울이 가려나 봅니다 철학자 니체는 우상의 황혼이란 저서에..

2022.02.20

봄의 금기사항 / 신달자

봄의 금기사항 / 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우수,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날 입니다 양지뜰에는 갓난아기 이빨나듯,,,, 새싹이 파릇파릇 움트기 시작하리라 이른 아침 창문..

2022.02.19

가을에는 / 최영미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다가 보냅니다 대리운전은 시대의 선물입니다 때..

2021.09.26

상사화 만개한 선운사 여행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아침에 일어나서, 아니면, 일상의 무료함에 변화를 주려할 때 우리는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맛으로 먹는지는 모르나, 저는 향과 멋(가오)으로 먹습니다 상사화가 향기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이 가을 무렵이면, 나의 발길을 잡아 끌어댑니다 사람을 피하려, 늦은 저녁 무렵에 도착, 선운사에서 가을이란 상상력을 피워 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9.25

아산 공세리 성자성당 다녀옵니다

1895년 6월 양촌성당(陽村本堂, 구합덕성당의 전신)에서 분리 창설되었으며, 공세리란 명칭은 조선시대 충청도 서남부의 조세를 보관하던 공세창(貢稅倉)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다. 충청도 내포(內浦) 지역에 위치한 공세리 일대는 한국 천주교회 창설기에 이미 ‘내포의 사도’라고 불리던 이존창(李存昌)에 의해 복음이 전래되었다. 이 후 박해기를 거치면서도 신앙을 보존하던 이 지역은 신앙의 자유를 얻은 뒤에는 양촌본당의 관할 아래 있다가 1895년 6월 드비즈(Devise, 成一論) 신부가 공세리로 부임하면서 본당이 설립되었다.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드비즈 신부는 이미 매입한 10칸 정도의 기와집을 개조하여 성당으로 꾸몄고, 1897년 6월에는 다시 3대 주임으로 부임하여 공세창이 있던 일대를 매입한 다음, 18..

2021.09.05

다시, 거제 외도 보타니아

1971년에 당시 통영군 용남면과 거제군 사등면 사이의 견내량해를 잇는 거제대교가 세워졌다. 이 교량의 등장으로 인해 거제도는 섬 신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동부와 남부에 끼고 있어 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외도해상농원은 30년 전 한 개인이 섬을 사들여 정성을 들여 관광농원으로 꾸며, 현재는 약 4만 5천여평의 동백숲이 섬 전체를 덮고 있으며, 선샤인, 야자수, 선인장 등 아열대식물이 가득하고 은환엽유카리, 스파리티움, 마호니아 등 희귀식물이 눈길을 끈다. 편백나무 숲으로 만든 천국의 계단과 정상의 비너스 공원도 이채롭다. 연산홍이 만발하는 4월에는 화려한 섬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동백, 대나무, 후박나무 등 자생식물로 이루어진 숲엔 동..

2021.09.04

연두색 신록으로 물든 무량사 틀에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인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이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대한불교조계종 제6..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