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어울리는 시 10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이근대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이근대 엿가락처럼 늘어져 집에 들어온다 별을 품고 나갔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녹초가 된 아버지 베란다로 나가 혼자서 담배를 피운다 한 개비의 담배를 깨물다가 새가 떠난 창밖의 나무가지처럼 아버지의 눈빛이 떨린다 누가 아버지의 꿈을 훔쳐 갔을까 창밖의 나무는 뼈 빠지게 악악거리고 바람은 거침없이 몰아친다 아버지가 내뱉은 담배 연기는 창밖으로 뛰쳐나가 물거품이 된 꿈처럼 허공으로 소리없이 사라지고 바람에 시달리는 나뭇잎은 추락 직전의 구조조정같다 따뜻한 밥상 앞에 앉아 밥 대신 눈물 젖은 소주를 마시는 아버지 속이 얼마나 탓을까 소주가 입으로 들어가자 못다한 열정이 눈에서 뜨겁게 쏟아졌다 아버지의 심장 한 복판에 앉아 아버지의 아픈 가슴을 말없이 듣고있는 나는 아들의 아들 그 아..

2016.11.02

가을,,,,!

나의 사랑 / 정태현 하염없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불, 꽃, 별... 가없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하늘, 바다, 바람... 영원한 것들을 사랑합니다 시간, 공간, 우주... 무궁한 것들을 사랑합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와 같이 하염없고 가없는 것 한없고 영원무궁한 것들이 모두 내 사랑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더욱 더 사랑하는 당신 당신을 그 모든 것들이 다하도록 사랑합니다.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 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2016.09.26

가을을 파는 꽃집 / 용혜원

가을을 파는 꽃집 /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가을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재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2016.08.30

가을 속에서 / 이정화

가을 속에서 / 이정화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입니다 너와 나의 미움과 상처들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두 바람에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내 헐벗은 나뭇가지에 또다시 새싹이 트고 푸른 잎이 돋아날 때까지 내 두 눈에 눈물이 가득히 고일지라도 끝까지 울지 않겠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여 내 마음이 누런 낙엽이 되어 땅위에 떨어져서 이리저리 밟힐지라도 내 영혼은 결코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을처럼 내 영혼은 영원을 노래하고 날마다 조금씩 가을의 눈빛을 닮아갈 것입니다.

2015.11.11

가을 편지외 / 이성선

외로운 사랑 / 이 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 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가 ..

2015.10.14

선운사의 추억3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 가을,가을 하고 불러 보면 나는 금방 흰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시를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눈길이 저 푸른 하늘을 향해 파랗게 물들어서 더욱 깨어 있길 원합니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눈길로 하루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바라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 엔 나의 마음이 불타는 단풍숲으로 들어가 붉게 물들어서 더욱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가을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 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

2015.10.02

붉은 잎/류시화

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 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 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 허공에 떠 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

농부이야기 2014.11.03

가을/ 김현승

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삶은 언제나 연속, 그것이 투쟁이건 행복이건,,,, 오늘은 꽃지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커피 두잔을 사서 혼자 대화하며 마셨습니다 내일은 출근? 엘가가 작곡가로 무명일때 아내가 많은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가 아내를 위하여 바친 피아노곡, 사랑의 인사 지금은 편곡이 넘 많이요,,,, 우리 예식장 가면 가끔 듣는 곡입니다 행복하세요

2014.09.10

고독-김현승

고독 / 김 현 승 ​​ 너를 잃은 것도 ​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 네 눈물로 나를 씻겨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 눈물은 쉽게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2013 년 가을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에서) 믿음이흔들리거나, 사라졌다면 잃은 것 아닐까... 만남은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데, 그 믿음이 꺾였을 때 말이다. "네 눈물로 나를 씻겨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라고 한 걸 보면, 기대와 많은 의지가 있었으리라 그래서 고독하고,,,, 그는 내가 버린 것을 모르고 살으니 더 아..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