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날 입니다
허둥지둥 출근하여 책상에 앉았습니다
지인께서 감동적인 글을 보내셨네요
한분은 하늘나라에 계시고, 한 분은 세월의 무게를 온통 지시고
힌겨운 하루를 보내고 계실텐데,,,,
어제는 전화를 드렸습니다
죄송하다는 둥,,,,
어머니께서 이러시네요
큰애야!
내일 휴일이면 산으로 운동가거라
지나주 와서 보고 밥 먹었는데,,,,
나도 부모가 되었고,
시간은 바삐도 흘러서 중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깊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합니다
저를 키우시고, 먹이시고, 교육시키느라고,,, 아직도 뒷바라지 하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저를 이 땅에 보내주신 부모님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황지우
해 속의 검은 장수하늘소여
눈먼 것은 성스러운 병이다
활어관 밑바닥에 엎드려 있는 넙치,
짐자전거 지나가는 바깥을 본다, 보일까
어찌하겠는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늦었을 때
알지만 나갈 수 없는, 無窮(무궁)의 바깥
저무는 하루, 문 안에서 검은 소가 운다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사직공원(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그때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재앙스런 사랑 / 황지우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생을 정지시켜놓았구나
이 추운 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아직 우리에게 체온이 있다면
그대와 저 얼음 속에 들어가
서로 으스져라 껴안을 때
그대 더러운 부분까지 내 것이 되는
재앙스런 사랑의
이 더운 옷자락 한가닥
걸쳐두고 싶구나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은
아무리 하기 힘든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화산암 속에서든 얼음 속에서든
하얀 김처럼 남아 있으리라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 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 나태주 (0) 2015.05.15 선 물 / 나태주 (0) 2015.05.14 나는 너다 / 황지우 (0) 2015.05.07 낮은 곳으로 / 이정하 (0) 2015.05.05 청보리밭(고창 학원농장)! (4) 201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