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 / 박재삼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한 사람을 찾는 그 일보다
크고 소중한 일이 있을까 보냐
그것은
하도 아물아물해서
아지랭이 너머에 있고
산 너머 구름 너머에 있어
늘 애태우고 안타까운 마음으로만
찾아 헤매는 것뿐
그러다가 불시에
소낙비와 같이
또는 번개와 같이
닥치는 것이어서
주체할 수 없고
언제나 놓치고 말아
아득하게 아득하게 느끼노니
마지막 편지/ 박정만
그대에게 주노라, 성에꽃 / 문정희 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 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 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 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 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 들녘의 꽃들조차 제 빛깔을 감추고 씨앗 속에 깊이 숨죽이고 있을 때 이내 스러지는 니르바나의 꽃을 저 얇고 날카로운 유리창에 누가 새겨 놓았을까. 허긴 사람도 그렇지. 가장 가혹한 고통의 밤이 끝난 자리에 가장 눈부시고 부드러운 꿈이 일어서지. 새하얀 신부 앞에 붉고 푸른 색깔들 입 다물듯이 들녘의 꽃들 모두 제 향기를 씨앗 속에 깊이 감추고 있을 때 어둠이 스며드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누가 저토록 슬픈 향기를 새기셨을까. 한 방울 물로 스러지는 불가해한 비애의 꽃송이들을.
이 꽃잎 지고 나면 / 박정만 이 꽃잎이 지고나면 또 날은 지리라 그러고나면 바람이 불리라 바람불고 또 꽃이 지리라 이 다음에는 내 몰라라.
쓸쓸하고 못내 외로운 이 편지를
몇 글자 적노니
서럽다는 말은 말기를.
그러나 이 슬픔 또한 없기를.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그 사람 볼 일이요,
그 사람 없을 때 또한 잊을 일이다.
언제 우리가 사랑했던가,
그 사랑 저물면
날 기우는 줄 알 일이요,
날 기울면 사랑도 끝날 일이다.
하루 일 다 끝날 때 끝남이로다.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 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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