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전등 / 김남조

농돌이 2022. 1. 19. 06:50

새벽전등 / 김남조

 

간밤에 잠자지 못한 이와
아주 조금 잠을 잔 이들이
새소리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며
새벽전등을 켠다

이 거대한 도시 곳곳에
불면의 도랑은 비릿하게
더 깊은 골로 패이고
이제 집집마다
눈물겨운 광명이 비추일 것이나
미소짓는 자, 많지 못하리라

여명(黎明)에 피어나는 태극기들,
독립 반세기라 한 달 간
태극기를 내걸자는 약속에

백오십 만 실직 가정도
이리 했으려니와
희망과의 악수인 건 아니다

참으로 누구의 생명이
이 많은 이를 살게 할 것이며
누구의 영혼이
이들을 의연(毅然)하게 할 것이며
그 누가 십자가에 못박히겠는가

심각한 시절이여
잠을 설친 이들이 새벽전등을 켠다

소망있는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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