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적 체질 / 류근삶 2017. 9. 8. 19:06
상처적 체질 / 류근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오, 저 찬란한 채찍(2016년 억새풀)
변화란 다름 사람이나 다른 때를 기다려서 오는 것이 아니다 -- 오바마 --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모스 (2) 2017.09.14 단풍 드는.날 / 도종환 (0) 2017.09.09 너무 아픈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류근 시인, 김광석 노래 (2) 2017.09.07 홍성남당항대하축제,,,! (0) 2017.09.05 홍주 1,000년, 홍화문 야경,,,! (0) 201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