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

농돌이 2020. 2. 24. 20:23

삶에게 길을 묻다 / 천양희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살기 위해 일만 하고 살았지요
일만 하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일터는 오래 바람 잘 날 없고
인파는 술렁이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소리는 나에게까지 울렸지요
일자리 바뀌고 삶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지하 속 노숙자들을 생각했지요
실직자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길가의 취객들을 힐끗 보았지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똑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사람으로 살수록 삶은 더 붐볐지요
오늘도 나는 사람 속에서 아우성치지요
사람같이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그리운 인력 / 천양희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들이 그립다

모양도 무게도 없는 것들이 그립다

세상 나무들 일제히 손들고

이땅 위 새들도 새끼의 작은 발톱을 아끼고

날아야지 날아야지 마음 먹을까

우리들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

잡초 같은 삶 속까지 솎아내고 싶어

하루종일 땅만보고 땅만보고 땅만보고 있을 동안

세상은 몹쓸 암을 키우고

우리의 하나 남은 하늘까지 덮쳤지

기댈 곳 없어 쓰러진 나무

말라 비틀어진 신음소리 들리나요? 들리나요?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것들

다 새가 아님을 알고난 뒤

기억하시는지

깊이 가라앉아 세월 보는 일

물 흐르고 흐른 뒤

흔적 남기지 않는 일.

 

오늘은 비 오기 전이라서 다 힘든가 보다

파도에 디지게 맞아봐야 소리를 못지르는데

밀물이면 그저 그물에

썰물이면 그런대로,,,

우리는 왜 그것을 극복 못하는 작으 우주인가?

스스로 지구를 들지도 못하면서

소주 한병에 태양계를 섭렵하곤 하지

 

외롭단다  사람이,,,

힘들단다  이웃이,,,

 

근데 나도 아프다

다행인 것은 아내가 저녁을 차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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