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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이 되다 / 천양희
    2020. 2. 25. 19:22

    배경이 되다 / 천양희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그에게 묻는다 / 천양희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같은데
    하늘은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서울살이 삽십 년 동안 나는 늘 같은데
    서울은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길에는 건널목이 있고
    나무에는 마디가 있다지요?
    산천어는 산속 맑은 계곡에 살고
    눈먼 새는 죽을 때 한번 눈뜨고 죽는다지요?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살고
    기린초는 척박한 곳에서만 산다지요?
    귀한 진주는 보잘것없는 조개에서 나오고
    아름다운 구슬은 거친 옥돌에서 나온다지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고
    모든 문제는 답이 있다지요?

    사는 것이 왠지 슬픈 생각이 든다고 하겠는지요
    슬픔을 가질 수 있어 내가 기쁘다고 하겠는지요

     

    놀이터도 정류장,

    봄도,

    계절의 정류장,,,!

     

    우리의 삶은 어디서 내려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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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