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을 걷는 법5 / 이정하

농돌이 2016. 11. 4. 20:19

바람 속을 걷는 법5 / 이정하

 

어디 내 생에 바람 불지 않은 적 있었더냐

날마다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왔고

그때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곤했다

 

기다리는 그 순간 때문에

내 삶은 더뎌졌고

그 더딤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늘 허덕거렸다

 

이제야 알겠다, 바람이 분다고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다리는 이에게 바람은 더 드세게

몰아칠 뿐이라는 것을

 

바람이 분다는 것은

혜쳐 나가라는 뜻이다

누가 나가떨어지든 간에

한 판 붙어보라는 뜻이다

 

살다보니 바람 아닌게 없더라

내 걸어온 모든 길이 바람길이더라.

 

--이정하 시인의 다시 사랑이 온다 中 --

 

천년 고찰 불국사 너머로 단풍이 붉다

 

지나온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깊이 사랑하나 보다

 

살아온 시간이 바람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