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핀 풍경,,,!

농돌이 2016. 11. 5. 19:56

저 가을 속으로/ 박정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 같은 울음을 이어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 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 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 속으로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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