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말 / 마종기삶 2020. 7. 15. 18:59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나, 그대와 함께 했던 그때만이 오직 존재할 것이다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찿은 고란사, 낙화암 길 ,,,! (23) 2020.07.22 골짜기 / 문태준 (6) 2020.07.18 풀잎의 노래 / 이성선 (24) 2020.07.13 기억의 날개를 접으면서 / 고은영 (14) 2020.07.10 길 / 마종기 (12)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