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앞에서 / 이해인

농돌이 2020. 1. 29. 18:44

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가니까 삶인가?

 

그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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