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지 않는 나라 / 노향림

농돌이 2016. 2. 17. 19:06

 

 

눈이 오지 않는 나라 / 노향림


아직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이쪽에는

침엽수들이 언 손을 들고

쩔쩔맸다.


창문이 덜컹댔다

열어 놓은 꿈 속으로

눈이 들이치고

사람들은 스스로 녹았다


저마다 가슴 안에 감추어 둔

뜨거운 속말을

스스로 녹은 언어를 흘리며

사람들은 깊은 잠 들었다


잠 속에는

머리와 머리를 맞댄 눈들이

몰려 있다


내일 혹은

그 다음날 새벽에 내릴

첫 눈을 위하여

 

지붕 위의 바이얼린 /  노향림

 

한 남자가 지붕 위에서 바이얼린을 켭니다.

날마다 그 소리는

우리집 지붕을 타고

하늘 멀리 올라갑니다. 올라가서

까마득히 한 점 가오리 연(鳶)이 되어

목덜미가 반짝 빛나기도 합니다.


어느날 나는 베란다에 나가

몰래몰래 연줄을 끊어 버렸습니다.

얼레를 채 돌리기도 전에

무언가 뚝 떨어져 박살이 났습니다.

창창한 앞날이 끊기고

박살난 것은 몇 마의 하늘입니다.

그래도 누군가 다시 바이얼린을 켭니다.

 

K 읍기행  /  노향림


오랜만에 만나는 분위기.


하나의 선(線)이 되어 평야(平野)가 드러눕는다.


일대(一帶)는 무우밭이 되어

회색 집들을 드문 드문

햇볕 속에 묻어 놓고


몇 트럭씩

논밭으로 실려 나가는

묶인 고뇌(苦惱)와

고장난 시간(時間)들.


지나다 보면

낯이 선 사투리들이

발길에 툭 툭 채였다.


길가 사람들 속에서

구부정한 말채나무가

혼자 목을 쳐들고.

할 일 없이 혼자 쳐들고 있다.

 

 

조릿대에 눈이 내린 날!

산 위에서도 마을을 바라본다

봄을 기다리는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