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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 이해인산 2024. 10. 16. 08:47
깊어가는 가을 / 이해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고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詩)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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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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