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편지 /나호열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입니다
힘찬 하루 여십시요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아주기......나호열 (6) 2020.09.24 물든다는 말 / 나호열 (10) 2020.09.22 어찌 그립지 않겠습니까 / 김현태 (8) 2020.09.20 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 (16) 2020.09.19 이 가을에는.... / 이해인 (8)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