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김현승

농돌이 2017. 8. 15. 17:57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시집『김현승 시초』(1957)

(둔리 저수지 방향)

(용봉산 악귀봉에서 바라본 풍경: 노적봉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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