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큼한 살구가 익고, 탱자도 커가고,,,

농돌이 2014. 6. 22. 20:37

여름엽서

                             이외수

오늘 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말 한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빛좋은 개살구라고 엄청 시큼합니다

침이 가득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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