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보며 /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여름일기 1 /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