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신혜선씨 주연의 영화 결백을 촬영한 나무 아래서 커피 한 잔 했습니다 보령호의 넓은 품에 잠시 쉬어 갑니다 순간 순간 다가오는 어떠한 형태의 행복도 미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