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는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가는 바람에도 불고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다시 봄, 그리고 뱀사골에 왔습니다 더 행복하거나, 더 부자가 되거나, 더 나아진 것은 없지만 삶에서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물소리에 가슴 깊은 곳 찌꺼기를 흘려보내며, 고통이 임계점을넘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안에 안락함을 넘어야지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