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6

쉼!

눈을 감아 들리는 소리를 그려 보이는 것을 잡으려 손을 들어 여행자의 마음이 되어봐 백 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긴장하고 살던 날들은 잠시 잊고서 발에 땅이 흠뻑 닿도록 천천히 걸어봐 여행자의 걸음이 되어봐 오 여기가 섬이 되고 그 섬에서 숨을 쉬고 손을 들어 기지개를 펴고서 나른하게 나른하게 쉬어봐 여기가 섬이 되고 여기가 숲이 돼 여기서 숨을 쉬고 여기서 나른하게 쉬어 -지산(JISAN)의 '숨, 쉼, 섬' 가사 음식점은 간판은 허름해도 좋다 탁자 몇개가 놓인 곳이어서 기다려도 좋다 주인의 가공미가 적고, 거칠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먹는냐 보다는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 쉼!

2016.06.22

익어가는 살구를 바라보며,,,,

봄날은 간다 / 안도현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꽃잎을 자꾸자꾸 이어붙여 어쩌겠다는 것인지 나는 매일 살구나무 가까이 다가 갔으나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은 가고 있었다 나는 흐드득 지는 살구꽃을 손으로 받아들다가 또 입으로 받아먹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날 들판 한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2016.06.21

영글어 가는 봄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갈 꽃봉오리인 것을! (해당화) (감자꽃) (대파꽃) (찔레꽃) (살구) (보리) (양귀비꽃) 텃밭을 한바퀴 돌면서,,,, 마음 놓고 보는 꽃은 보는 꽃은 새로운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못하던 일도, 마음놓지 못하던 일도, 다 놓아지게 합니다 다시, 길을 떠나는 봄이 영글어 가는 아쉬움도 잊습니다 풍경처럼 피어..

농부이야기 2016.05.21

그대를 사랑한 뒤로는/용혜원

그대를 사랑한 뒤로는/용혜원 그대를 사랑한 뒤로는 내 마음이 그리도 달라질수 있을까요 온 세상 주인이라도 된듯 보이는것마다 만나는것마다 어찌 그리좋을까요 사랑이 병이라면 오래도록 앓아도 좋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 뒤로는 내영혼이 그리도 달라질수 있을까요 온세상모두 다 아름다워 보이는것마다 만나는것마다 어찌그리 좋을까요 사랑이 불꽃이라면 온 영혼을 살라도 좋겠습니다 어제 질펀한 술자리로 일찍 귀하를 하였습니다 점심에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오이냉미역국이 먹고싶다고!!! 시원하게, 청양초를 넣어서 약간 얼큰하게,,,, 모밀콩국수!(점심) 용봉산 최영장군활터 아래서,,,, 부여에서 보내주신 선물! 싱싱함이 가득합니다 감사한 하루입니다

음식 2014.07.08

시큼한 살구가 익고, 탱자도 커가고,,,

여름엽서 이외수 오늘 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만한 엽서 한 장 그 속에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말 한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빛좋은 개살구라고 엄청 시큼합니다 침이 가득 고입니다

201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