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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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게 / 나호열산 2020. 9. 17. 14:32
구름에게 / 나호열 구름이 내게 왔다 아니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희미한 입술 문장이 돌 듯 모여지다 휘리릭 새떼처럼 흩어지는 낱말들 그 낱말들에 물음표를 지우고 느낌표를 달아주니 와르르 눈물로 쏟아지는데 그 눈물 속에 초원이 보이고,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저녁이 보인다 구름이 내게 왔다 하나이면서 여럿인, 아름을 부르면 사슴도 오고 꽃도 벙근다 구름의 회원에 뛰어든 저녁 해 아, 눈부셔라 한 송이 여인이 붉게 타오른다. 외인 한 잔의 구름, 긴 머리의 구름이 오늘 내게로 왔다 오늘은 나에게, 빛나는 쉼표 하나 나눠주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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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하게 눈내린 용봉산에서 놀다(3)산 2017. 1. 31. 20:26
정상에서 지나온 길 입니다 작은 산인데 엄청 큰 산에 온 느낌이 듭니다 노적봉도 눈에 덮혀서 희미합니다 악귀봉 출렁다리! 멋진 기암에도 포근한 눈이 가득합니다 악귀봉 아래 하산길이 힌 눈에 폭신 덮혔습니다 임간대피소 지붕과 소나무도 힌 눈으로,,,, 마애석불로 내려왔습니다 여기 우측의 대피소에서 병풍바위를 보면 가장 잘 보입니다 힌 눈과 석불의 미소가 천년이 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이 새벽, 찬 공기를 마시러 올라온 저에게 소박한 해답을 던져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아무것도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이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다른 모습을 하는 병풍바위를 바라봅니다 힌 눈에 덮힌 소나무와 암릉이 한편의 명품 산수화를 보여줍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니 하늘이 뿌옇게 변합니다 파아란 하늘에 힌 눈 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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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산 2017. 1. 20. 06:19
새벽 바람소리에 잠을 깨어서 앉았습니다 눈도 내리고, 무지하게 추워질 모양입니다 첫눈이 내렸던 용봉산 사진을 정리해봅니다 눈길 /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들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써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기울여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마애불! 멋진 병풍바위! 병풍바위 아래 용봉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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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용봉산,,,!산 2016. 11. 20. 08:37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일과가 복잡했다 어느 농가의 젊은 사모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응급실에서 바라본 삶은 참 덧없고, 가벼웠다 늦은 오후, 가방을 메고 용봉산으로 왔다 아들의 접대 등산으로 투석봉에서 병풍바위로 모교인 용봉초교로 한바퀴 걸었다 용봉산의 가을도 꽉 차버린 느낌이다 아버지 / 이재무 어릴 때 아버지가 삽과 괭이로 땅 파거나 낫으로 풀 깎거나 도끼로 장작 패거나 싸구려 담배 물고 먼 산 바라보거나 술에 져서 길바닥에 넘어지거나 저녁 밥상 걷어차거나 할 때에, 식구가 모르는 아버지만의 내밀한 큰 슬픔 있어 그랬으리라 아버지의 큰 뜻 세상에 맞지 않아 그랬으리라 그렇게 바꿔 생각하고는 하였다 그러하지 않고서야 아버지의 무능과 불운 어찌 내 설움으로 연민하고 용서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날의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