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글 4

밀밭을 지나며

하나의 씨앗이 당신의 마음에 어떤 믿음이 움터 나면 그것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고 하나의 씨앗이 되게 하라. 그 씨앗이 당신 마음의 토양에서 싹트게 하여 마침내 커다란 나무로 자라도록 기도하라. 묵묵히 기도하라. 사람은 누구나 신령스런 영혼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지라도 맑고 환한 그 영성에 귀 기울일 줄 안다면 그릇 된 길에 헛눈 팔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소중하고 귀한 것일지라도 입 벌려 쏟아 버리고 나면 빈 들녘처럼 허해질 뿐이다. 어떤 생각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잎이 펼쳐지다가 마침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씨앗은 쭉정이로 그칠 뿐, 하나의 씨앗이 열매를 이룰 때 그 씨앗은 세..

2022.06.04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덤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길가에 피어있는 한 포기 풀꽃같은 존재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인생이 그대로 자유롭습니다 ..

2021.12.28

한라산 철쭉이 활짝 핀 날

날마다 좋은날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세끼 먹는 일과 자고 일어나는 동작, 출퇴근의 규칙적인 시간 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또는, 후회를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노상 그 날이 그 날 같은 타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시작도 끝도 없이 흘러간다. 이와 같은 반복만이 인생의 전부라면 우리는 나머지 허락 받은 세월을 반납하고서라도 도중에서 뛰어내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안으로 유심히 살펴보면 결코 그 날이 그 날일 수 없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또한,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다행히도 그 자리에 가만히 놓여있는 가구가 아니며, 앉은자리에서만 맴돌도록 만들어진 시계 바늘..

2020.06.11

법정 스님 글 중에서

사랑은 가슴에서 피어나서 영원으로 꽃피우는 것이랍니다 오늘 하루, 사랑으로 행복하세요!!! 우선 자기에 진실해야 우리 사회가 다시 일어서려면 저마다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기 자신 앞에 진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체를 생각할 때다. 개체의 희생이 전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그 개체는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 험난한 시대가 우리 삶을 저울질하고 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신뢰를 통해 우리들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법정스님.....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

201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