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5

너무 이른 봄 풍경속에,,,

찬란한 미지수 / 박재삼 저 나뭇잎 뻗어 가는 하늘은 천 날 만날 봐야 환장할 듯이 푸르고 다시 보면 얼마나 적당한 높이로 살랑살랑 미풍을 거느리고 우리 눈에 와 닿는가. 와서는, 빛나는, 살아 있는, 물방울 튕기는, 광명을 밑도 끝도 없이 찬란히 쏟아 놓는가. 이것을 나는 어릴 때부터 쉰이 넘는 지금까지 손에 잡힐 듯했지만 그러나 그 정체를 잘 모르고 가다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가운데 반쯤은 명상을 통하여 알 것도 같아라.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 보면 또 다른 미지수를 열며 나뭇잎은 그것이 아니라고 살랑살랑 고개를 젓누나. 2월에 꿈꾸는 사랑 / 이 채 봄이 오면 나도 예쁜 꽃 한 송이 피우고 싶어 어울려 피는 꽃이 되어 더불어 나누는 향기이고 싶어 용서의 꽃은 돌아선 등을 마주보게 하고 이해의 꽃은..

2016.02.13

산에 가면(박재삼)

산에 가면 - 박재삼- 산에 가면 우거진 나무와 풀의 후덥지근한 냄새, 혼령도 눈도 코도 없는 것의 흙냄새까지 서린 아, 여기다, 하고 눕고 싶은 목숨의 골짜기 냄새, 한 동안을 거기서 내 몸을 쉬다가 오면 쉬던 그때는 없던 내 정신이 비로소 풀빛을 띠면서 나뭇잎 반짝어림을 띠면서 내 몸 전체에서 정신의 그릇을 넘는 후덥지근한 냄새를 내게 한다 오늘도 폭설이 내렸습니다' 내일 산으로 갑니다 궁금한 저녁입니다 편안한 저녁되세요

2013.12.20

12월의 시

12월-정호승- 하모니카를 불며 지하철을 떠돌던 한 시작장애인이 종각역에서 내려 힌색 지팡이를 탁탁 두드리며 길을 걷는다 조계사 앞길엔 젊은 스님들이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주히 행인들에게 팥죽을 나누어준다 교복을 입은 키 작은 한 여고생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냥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이끌고 팥죽을 얻어와 건넨다. 나도 그분 곁에 서서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먹는다 곧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 12월-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

2013.12.03

하루를 보내며!!!

어떤귀로-박재삼 -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 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주는 이 없는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 놓는다. 추억에서 - 박재삼 - 진주(晋州)장터 생어물전(生魚物廛)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에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어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

201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