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 이마에 막 꽃 피기 시작한 여드름 하나 그것이 아픔의 시작인 줄 몰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소국 한 송이 필 즈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사실도 차마 몰랐습니다 하나, 둘 여드름이 이마의 벌판을 지나 눈썹타고 급기야 얼굴 전체에 붉은 꽃밭으로 만발할 때 내 얼굴 속에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함을 그리하여 가슴 벅차고 때론 젊은 날의 호흡이 서럽도록 느슨해 지고 나약해 짐을 또 그리하여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차라리 하염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그때는 차마 몰랐습니다 어디서 부터 시작된 지도 모르는 작은 불씨 하나가 내 생의 전부를 무너뜨리고 마는 자꾸만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 열병이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가 될 거라고 그때는 정말, 까막득히 몰랐던 것입니다 백신 3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