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햇살마다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겠는가 아침저녁 해무가 젖은 눈빛으로 걸어오겠는가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고요가 풀잎마다 맺히고 벌레들이 저희끼리 통하는 말로 흙더미를 들추어 풍요하게 먹고 자라겠는가 길섶마다 돌들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바람을 따라 일어서겠는가 발뒤꿈치를 들어 나는 그저 어린 날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 보는 길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눈이 여름이 되어도 내려올 생각 없이 까치처럼 흰 눈을 머리에 쓴 채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이 길 설산으로 향한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저녁 노을 앞에서 문득 문정희 시인의 가을 우체국이란 시간 떠올랐다 ---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