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72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외눈박이 물고기처럼그렇게 살고 싶다혼자 있으면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1이젠 목마른 젊음을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찾고 헤매고 또 헤매어도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2누구나 보균하고 있는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지독한 그리움이다.3기쁨보다는 슬픔,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후회가 더..

2017.02.03

봄비 속을 걷다 / 류 시 화

봄비 속을 걷다 / 류 시 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불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비 내리던 날, 아픈 다리를 끌다시피 갔던 , 황매산의 추억입니다,,, !

2017.01.09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그러나 심장 한귀퉁은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살아남은 자의 슬픔을나도 충분히 부끄러워야 할 줄 안다고그때마다 믿어 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자위 끝의 허망한 한모금 니코틴 깊은 맛을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양치질 할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 낸다고상처가 치통처럼, 코..

2016.07.15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누구의 삶도 가볍지는 않다 그렇지만 내 삶이 타인에게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어느 순간에는 더 가벼움을 느낀..

2016.05.18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 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이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저는 지금 태백산으로 갑니다 차가운 공기와 설산이 그립습니다 일출을 보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아침 되세요!

2016.02.20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해탈의 경지를 알고 싶으면 물풀을 보라 물풀은 화사한 꽃으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 않고,달콤한 열매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도 않는다 봄이면 연둣빛 싹으로 돋아나서 여름이면 암록빛 수풀로 무성해지고, 가을이면 다갈색 아품으로 흔들리다 겨울이면 조용히 스러지는 목숨, 그러나 물풀은 단지 물살에 자신의 전부를 내맡긴..

2015.06.29

봄 비 내린답니다

봄 비가 내린답니다 꽃들이 만발하겠지요!!! 내일은 훌훌 야외로 가렵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 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다 놓는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용혜원 -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류시화 - 봄비 속을 걷다 中

2015.03.13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

201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