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지 않는 나라 / 노향림 아직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이쪽에는 침엽수들이 언 손을 들고 쩔쩔맸다. 창문이 덜컹댔다 열어 놓은 꿈 속으로 눈이 들이치고 사람들은 스스로 녹았다 저마다 가슴 안에 감추어 둔 뜨거운 속말을 스스로 녹은 언어를 흘리며 사람들은 깊은 잠 들었다 잠 속에는 머리와 머리를 맞댄 눈들이 몰려 있다 내일 혹은 그 다음날 새벽에 내릴 첫 눈을 위하여 지붕 위의 바이얼린 / 노향림 한 남자가 지붕 위에서 바이얼린을 켭니다. 날마다 그 소리는 우리집 지붕을 타고 하늘 멀리 올라갑니다. 올라가서 까마득히 한 점 가오리 연(鳶)이 되어 목덜미가 반짝 빛나기도 합니다. 어느날 나는 베란다에 나가 몰래몰래 연줄을 끊어 버렸습니다. 얼레를 채 돌리기도 전에 무언가 뚝 떨어져 박살이 났습니다. 창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