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우 2

봄이 오는 한라산, 영실 산행(2)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

2016.03.12

어머니의 못 / 정일근 외

어머니의 못 / 정일근 교회에 다니는 작은 이모는 예수가 사람의 죄를 대신해 못 박혀 죽었다는 그 대목에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흐느낀다 어머니에게 전도하러 왔다가 언니는 사람들을 위해 못 박혀 죽을 수 있나, 며 함께 교회에 나가 회개하자, 며 어머니의 못 박힌 손을 잡는다 어머니가 못 박혀 살고 있는지 작은 이모는 아직 모른다 시를 쓴다며 벌써 여러 해 직장도 없이 놀고 있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작은 못이며 툭하면 머리가 아파 자리에 눕는 나는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큰 못이다 그렇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나는 삐뚤어진 마루판 한 짝이어서 그 마루판 반듯하게 만들려고 삐걱 소리나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는 스스로 못을 치셨다 그 못들 어머니에게 박혀 있으니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식당일 하시는 어머니의..

201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