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2 / 이생진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 가듯 넓은 바다도 물 속으로 밤을 피해 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 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수는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